
누가 손해인가?
인천대교, 거가대교, 부산항대교... 이름만 들어도 웅장한 이들 교량은 모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만성 적자
2011년부터 2020년까지 307개 민자 교통 시설에 무려 3조 3,628억 원의 정부 보전금이 투입됐다.
연간 8,0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실패한 교량들'을 살리는 데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뻔한 '실패 작품'들을 왜 건설사들은 계속해서 수주하려 애쓸까?
혹시 건설사 CEO들이 모두 비합리적인 도박꾼일까?
답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교량의 적자는 건설사에게 손해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수익 모델의 일부다.
1부: 적자의 진짜 얼굴 - 왜 교량은 돈을 잃을 수밖에 없나
예정된 실패들
교량 적자의 원인을 파헤쳐보면, 이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구조적이다.
비용 과소평가의 함정
- 지반조사 결과에 따른 설계변경으로 공사비 급증
- 장대 거더, 특수 케이블 등 고가 자재비 상승
- '낙관주의 편향'으로 인한 의도적 저평가
수요 예측의 신화 통행료 수입은 R = Σ(교통량 × 통행료)로 계산된다. 그런데 교통량 예측이 빗나가면 모든 계산이 틀어진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예측 실패가 체계적이라는 점이다.
- 정치적 승인을 위한 의도적 '장밋빛 전망'
- 사회적 저항으로 인한 통행료 인상 제한
- 대안 교통수단(고속도로, 해저터널 등) 등장
숨겨진 비용들
초기 건설비만이 문제가 아니다. 준공 후에도 비용은 계속 늘어난다.
- 해상교량의 염분 부식 방지비
- 지진·태풍 대비 보강 공사
- 교통량 증가에 따른 차로 확장
- 높은 민간자본 조달 금리
이 모든 요소가 겹치면 적자는 필연이 된다. 그런데 건설사들은 이를 모를까?
2부: 적자 뒤의 계산 - 건설사의 진짜 수익 모델
금융 마술: SPC라는 방화벽
모든 대형 교량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있다. 이 작은 '종이회사'가 게임의 룰을 바꾼다.
교량 운영 적자 → SPC 손실 (건설사와 분리)
건설 공사 수익 → 건설사 이익 (보장된 수입)
건설사는 SPC의 주주이면서 동시에 SPC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계약자다. 이중 역할이 핵심이다.
- 3~5년 건설기간: 확실한 시공 마진 확보
- 30~40년 운영기간: SPC가 위험 부담
- 건설 완료 후: 지분 매각으로 완전 탈출
삼중 수익 구조
건설사는 단순한 시공비만 받는 게 아니다.
- 시공 마진: 기본 건설 이익
- 고금리 후순위채: SPC에 연 15~20% 금리로 자금 대여
- 지분 매각: 장기투자자(연기금, 보험사)에게 프리미엄 매각
결국 SPC의 '손실'은 건설사의 '매출'이 된다. 정부 보전금마저 간접적으로 건설사의 수익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3부: 더 큰 그림 - 전략적 안전판으로서의 교량
부동산 PF 위기의 교훈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를 보라. 주택 시장에만 의존했던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반면 SOC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대형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교량 프로젝트는 일종의 '전략적 보험'이다.
- 민간 시장 불황 시 → 공공사업으로 버팀
- 경기 부양 정책 시 → SOC 투자 확대 혜택
- 고용·장비 가동률 유지 → 핵심 역량 보존
글로벌 시장의 입장권
국내 교량은 수조 원짜리 '움직이는 포트폴리오'다.
이순신대교 → 차나칼레대교
- 국내 실적: 기술력 검증 (1조 700억원)
- 해외 수주: 직접 수익 창출 (3조 2,000억원)
- ROI: 300% 이상
DL이앤씨가 터키에서 일본 건설사를 제치고 세계 최장 현수교를 수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순신대교라는 '살아있는 증명서' 때문이었다.
4부: 국가와 기업의 공생관계
'대마불사'의 역학
초대형 건설사들은 사실상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다.
- 국가 인프라 건설 역량
- 해외 수주를 통한 외화 획득
- 경기 부양 정책의 실행 도구
이들의 안정성은 국가 경제와 직결된다. 정부는 명시적 보증은 하지 않지만, 암묵적 지원에 대한 기대가 존재한다.
정책과의 동조화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SOC 투자를 결정할 때, 건설사들은 그 정책의 가장 중요한 실행 도구가 된다. 이런 깊은 연관성이 정부 발주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구하게 만드는 구조적 동기다.
결론: 계산된 게임의 법칙
교량의 운영 적자를 두고 '실패한 사업'이라 평가하는 것은 게임의 절반만 본 것이다. 건설사들에게 교량 건설은 다음 네 가지 전략적 기둥 위에 세워진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1. 금융 공학
SPC를 통한 위험 분리와 건설 이익 선취
2. 포트폴리오 전략
민간 시장 변동성에 대한 전략적 안전장치
3. 글로벌 야망
해외 진출을 위한 기술력 증명과 실적 축적
4. 정책 동조화
국가 경제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서 안정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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