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이전 직장에서 후배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주다 보니
후배들이 나를 많이 찾곤했다
후배 하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선배님, 요즘 후배들이 선배님께 제일 자주 하는 말이 뭐예요?”

나는 웃으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답했다.
“다들 그냥 울어”

“네?”

요즘은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막상 직장 안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속에는 말 못 할 고민들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후배들은 나를 찾아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홀로 버텨내다, 결국 조용히 문을 두드린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눈물부터 터지는 경우가 많다.
차마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내 앞에서 처음 꺼내는 순간,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이 먼저 쏟아지는 것이다.

어느 날은, 후배 한 명이 말없이 20~30분 가까이 조용히 울기만 했다.
내가 해줄 수 있었던 건, 그저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일이었다.

눈물이 그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 그게 그날 그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왜 우리는 쉽게 울지 못하는 걸까?
왜 우는 걸 약하다고 생각하게 됐을까?

어쩌면 우리는 눈물을 감정의 실패처럼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슬픔이든 분노든, 울음으로 표현하면 내 약한 모습을 들킨 것 같고, 그게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울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버티는 거다.

하지만 울음은 감정이 고장났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울음은, 무너질 듯한 마음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울고 나면 마음이 정리된다.
어지러운 생각도, 복잡한 감정도 눈물에 실려 흘러간다.
마치 가슴속 깊은 곳에 맺혀 있던 무언가가 터져나와, 다시 숨을 쉬게 되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가끔 이런 말을 해준다.
"참지 말고, 울고 싶을 땐 그냥 울어."

울 수 있다는 건 복이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슬픈 마음을 인정하고,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그 순간 곁에 누군가 있어 함께 울어줄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가끔은 울지 못하는 사람이 더 힘들어 보인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감추느라 더 고단해 보이고, 누군가 앞에서 마음을 놓지 못하는 그 마음이 더 안쓰럽다. 하지만 진짜 강한 사람은, 약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울음은 때론, 마음속 깊은 슬픔을 털어내는 첫걸음이 된다.
울음을 멈추고 나면, 묵직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 가벼움이 우리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니,
울고 싶을 땐 그냥 울어도 괜찮아.



728x90
728x90

+ Recent posts